가을의 문턱에서
이른 아침 그리고 저녁나절에 부는 바람이
‘가을이에요.’ 하고 소곤거립니다.
그 어느 해 보다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이사 오고 며칠이 지난 후
창원은 너무 더워서 밤에 잠을 잘 수 없다던 사랑의 걱정으로
시작된 여름이
이렇게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비와 긴 장마로 인해
여름의 기운은 바닥을 기어도
따가웠던 날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지나고
그 여름의 힘은 다 어디로 갔나요?
인생도 이러지 않을까요?
한 여름, 우리를 죽일 듯이 달려드는 무더위처럼
땀나게 하는 날이 있어도
가을 같은 날은
아침 태양처럼 다가옵니다.
기쁘면 감사하고, 환난이 있으면 기도하는 삶이 된다면
덮치는 파도에 죽는다고 소리치지 않을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높이 올랐다고 언제 내릴지도 모를 자리에서
위태롭게 자랑하는 어리석은 자는 면할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사계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창조하신 그 위대한 지혜가 드러나 보입니다.
과일이 익어 가는 가을에
우리의 신앙적인 자아도 익어 가기를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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