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
비오는 겨울 아침, 우리 집 화단에는 사랑초로 가득합니다.
“무우, 배추를 심으면 김장김치 문제없어.”
라는 이웃 주민들의 강한 요구에도 흔들림 없이 우리 화단이 밭이 되지 않고 화단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때 밭이 될 위기도 있었지만, “만인손”이라는 생전 처음 보는 선인장과 결정적인 순간에 땅 가득하게 태어난 냉이 덕분입니다. 냉이는 처음 났을 때, 풀인 줄 오해를 하고 뽑으려고 했는데 워낙 많아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땅 가득하게 피어나는 새싹들을 차마 다 뽑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두고 보니 그 놈들이 모두 냉이였습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결 같이 화단을 주인처럼 지키는 것은 바로 <사 랑 초>입니다. 오늘 아침 사랑초는 빗방울을 보석처럼 달고 있었습니다. 만인손은 배추만큼이나 컸음에도 추위 같지 않는 추위에 다 녹아 내려 생명을 다해 버렸고, 한 쪽 가득한 공간을 차지한 방울토마토는 흔적도 없고, 코스모스처럼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키 큰 꽃나무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사랑초는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킬 뿐만 아니라 날로 번성하고 있습니다. 이 아니는 지금이 겨울인 줄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사랑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항상 그 자리에 변함이 없습니다. 보이지 않게 자기 식구들을 늘려 갑니다.
내가 주님의 화단에 “사랑초” 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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